한국 방문을 추진해 온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조만간 일본만 방문할 방침이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심한 오판’이라는 이례적 언사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미국 국방부의 이러한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인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고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방한 계획은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 방한할 계획이었으나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사임 등으로 인해 방한해도 제대로 된 대화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으로 추정된다.
앞서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됐다. 라이더 대변인은 향후 NCG 일정에 관해 "아직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다"면 "한국에서 발생한 일들을 고려할 때 일정 연기는 신중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선 과거 계엄에 관한 부정적인 기억이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일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미국이 사전에 계엄 선포를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질문받자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 외교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등의 한국 정부내 우리의 대화 상대방이 거의 모두 (계엄 선포에) 깊이 놀라워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캠벨 부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로 계엄이 해제된 점을 두고 "그들(한국의 대화 상대방)은 국회 등이 계엄에 분명하고 굳건하게 맞섰다는 사실과,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일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시아와 세계에서 한국과 많은 나라들의 민주주의가 굳건하다는 점은 우리가 매우 많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곧바로 여의도로 시민들이 몰린 점을 시사하듯, "사람들이 나와서 계엄의 불법성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여기서 다소 위안과 확신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이 직접 계엄을 ‘불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계엄 선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로 인한 한미 동맹 약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한미 동맹이 견고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캠벨 부장관도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겠지만 우리의 동맹(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한국이 자신들의 수단과 메커니즘을 통해 이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