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방산 상장지수펀드(ETF)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확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미국 국방 예산 감액 암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까지 겹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방산 기업을 주로 담고 있는 ‘PLUS K방산’ ETF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10.80% 하락했다. 같은 기간 6.21% 내린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동일 유형 상품인 ‘SOL K방산’과 ‘TIGER 우주방산’ ETF 역시 같은 기간 각각 8.74%와 8.00% 하락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방산 ETF가 최근 부진한 것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 협정을 체결하며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도 높아지며 향후 국내 방산 기업들의 성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된 머스크의 발언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머스크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계정에서 “F-35 같은 유인 전투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경우 4일 예정됐던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방문을 취소하기도 했다. 방산 수출 관련 논의를 위해 추진된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 회담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회담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종전에 압박을 가하겠지만 군비 증가 기조와 안보적 긴장감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