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與 대표도 “직무정지 필요”…尹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 보여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당일 주요 정치인들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날 정한 당론과 달리 여당 대표마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사실상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만 나와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국민의힘은 6일 의총에서 부결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친한계 조경태 의원 등은 이미 탄핵소추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계엄 선포 사태는 힘겹게 이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을 뿐 아니라 경제·안보 불안도 증폭시켰다. 헌법상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절차상 하자가 적지 않아 불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엄군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공포와 불안을 느꼈다. 국가정보원장 등은 부인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우원식·이재명·한동훈·조국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증언까지 나왔다. 법원행정처장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이번 계엄의 적법성과 요건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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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에 대해 “야당의 폭주에 맞선 불가피한 경고용 조치”라고 주장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초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려다 여당의 만류로 보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가 반영된 4~5일 기준으로 13%로 하락했다. 이대로는 국민 신뢰와 국정 리더십을 회복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조속히 대국민 사죄를 하고 계엄 사태의 진상을 밝힌 뒤 모든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경우 법 절차에 따른 직무 정지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상식과 헌법가치에 기초해 수습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정 수습 차원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건의한 방안인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등을 검토할 수도 있다. 여야는 극단적 정쟁을 접고 정국 안정에 협력하는 한편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에 민주주의 토대를 견고하게 다지면서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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