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는지를 두고 두 사람이 이틀째 진실 공방을 벌였다.
홍 전 1차장은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말했고 이후 조 원장과 1·2·3차장, 기조실장 등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고 한다”는 보고가 나오자 조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답했다고 지난 6일 주장했다. 홍 전 1차장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를 조태용 원장에게 보고하자 조 원장이 결정을 회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출입기자단에 문자 공지를 통해 6일 “일부 언론의 국정원 1차장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다음날 7일엔 “홍장원 전 1차장은 정치인 등 체포 지시를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홍 전 1차장은 지시를 받았다는 12월 3일부터 최초 보도가 나온 12월 6일 오전까지 4일 동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내부 누구에게도 이를 보고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조 원장은 홍 전 1차장과 인터뷰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또다시 반박했다.
조 원장은 ‘대통령이 홍 전 1차장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6일 오전 나오자 “홍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는 자신은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또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있으면 (대통령이)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원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 하는 경우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7일에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 전 1차장과 개인적으로 나눈 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홍 전 1차장은 박 의원에게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보고하는데도 얼굴까지 돌리면서 내일 얘기 합시다가 유일한 지침이고 답이다. 결국은 네가 알아서 하고 책임져라? 원장의 이런 뺀질이 성격을 뻔히 아니 대통령이 내게 직접 연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홍 전 1차장이 이 메시지를 통해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에서 (조 원장이) 반대는커녕 우려만을 표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동조 또는 방조”라고도 지적하며, 조 원장을 단순히 뺀질이라고 지칭한 것을 넘어 그를 ‘비상계엄 동조자’로 몰아세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무회의에서 반대를 하지 않았다는 홍 전 차장 주장에 대해 “그때 명시적으로 반대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두어 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며 “(저는)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해임된 홍 전 1차장의 인사 과정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박선원 의원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홍 1차장은 “분명히 국정원 지시에 했는데 한놈도 안 움직였다니 놀랐겠고 배신감으로 충격 받았겠죠. 저를 당장 경질하라고 한게 당연하겠죠”라고 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6일 “최근 홍 1차장이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적절치 않은 말을 내게 한 바 있다"며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조 원장은 7일 언론과 인터뷰에선 “홍 전 차장 불러서 취임 1년 정도 되어 정무직 인사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교체가 있다고 하고 1차장도 사직원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정무직 인사니 당연히 인사권자, 즉 대통령의 뜻이다 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고 문서로 제청하는 인사 절차까지 다 취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정원 수뇌부를 함께 구성했던 두 사람이 진실 공방을 벌임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서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사항의 인지·보고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