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노조가 파업을 풀 교섭은커녕 교섭을 위한 대화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 교통 불편뿐만 아니라 물류 피해, 철도 사고의 가능성까지 있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8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 철도노조 측에 교섭을 재개하자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의 요구 사항은 정부 임금 가이드라인 2.5% 수준의 기본급 인상, 노사 합의에 따른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인력 감축 중단 및 충원, 4조 2교대 승인 등이다. 노사는 7월부터 8차례 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와 공사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권을 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가 함께 나서야 풀리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정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교섭 제안을 하면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이날까지 전체 열차 평균 운행률은 평균 70%대로 떨어졌다. 정부는 70% 선이 유지되는 기간을 파업 2~3주로 예상한다. 하지만 화물열차 운행률은 이미 절반 수준인 35%까지 급락했다. 열차 지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물류 피해는 점점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 인원이 빠진 자리를 대체 인력이 메우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벌써 철도 현장에서 ‘아차 사고’가 늘고 있다. 숙련도가 낮은 인력이 업무에 투입되고 열차 지연을 막기 위해 업무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안전 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철도 파업이 장기화될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 양상을 보면 지난해 파업은 예고했던 파업 기간인 나흘까지만 이뤄졌다. 2022년 파업은 노사가 파업 직전 노사 합의로 철회됐다. 하지만 올해는 노조가 파업 기한을 무제한으로 정한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파업 대응으로 2022년 화물연대본부 단체행동 때처럼 강경책을 쓸 수도 없다. 정부는 2022년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진화했다. 하지만 철도 파업은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어 이뤄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나 긴급 조정 모두 정부가 이번 파업에서 법적으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이후 큰 혼란을 겪으면서 철도 파업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도 우려를 키운다. 관가에서는 주요 정책이 멈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철도 파업 업무 관계자는 6일 “지금 단계에서는 철도 파업이 언제까지라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계엄 선포 이후 정부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실제로 2016년 철도 파업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탓에 국정이 크게 흔들리면서 파업 기간도 74일로 최장 기간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철도노조 상급인 민주노총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정권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 방침을 밝힌 것도 변수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원인을 임금교섭 결렬로 선을 긋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6일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하면서 예고됐던 파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노조 내부에서도 민주노총의 정권 퇴진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전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교섭만 타결된다면 파업을 멈출 수 있다”며 “파업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 전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