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2톱 체제’로 국정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한 가운데 당과 정부가 긴밀히 공조해 경제·외교·국방 등 주요 기능 공백을 막겠다는 의지다.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퇴진’도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빠진 데다 야권에서 ‘한·한’ 체제를 ‘2차 내란’이라며 부정하는 만큼 당정 중심 국정운영에 제약이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한 총리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경제·외교·국방 등 시급한 국정 현안 등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 한 치의 국정 공백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며 향후 국정운영의 책임을 자신과 한 총리가 나눠 짊어지게 된 데 따른 발언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내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비상시에도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부수 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며 “예산안이 조속히 확정돼 각 부처가 제때 집행을 준비해야만 민생 경제를 적기에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먼저 몸을 낮추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외교와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방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전 내각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이후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탄핵 정국’ 속에 당정 결속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손을 떼며 당정 갈등의 고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주1회 이상의 국정 현안 관련 고위·실무 당정협의를 열어 공동 대책을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한 대표는 한 총리와 공동 발표한 정국 수습 방안을 향해 ‘2차 내란 행위’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저는 계엄 체포 대상이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총리가 국정운영을 직접 챙기는 것이고 비상시국에 당이 좀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협의하겠다는 의미”라며 “당 대표가 국정을 권한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건 (야당의) 오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이날 담화에서 세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강조했지만 세부 방법·시기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이는 정국 수습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조기 퇴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의 경우 실제로 가결될지,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진행되고 극심한 진영 혼란이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있다"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당발 탄핵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 마련을 위해 당 안팎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으로 이날 친한계 주요 인사들과 협의에 나섰는데 ‘하야’ 의견도 제기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방식을 두고 여야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인식 차이가 커 확정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탄핵, 친한계는 6개월 내 퇴진, 친윤계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대선 동시 개최 등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친윤 색채가 강한 여당 중진들은 9일 회동을 갖고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지도 주목된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의 직무배제, 질서있는 조기퇴진 등 방안은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안이 엄중할수록 당의 의사결정 기구와 당원,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