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제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이 9일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150명은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수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상계엄의 지휘자로 지목했다. 그는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전 국방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계속 전화했다고 들었고, 그 지시를 지통실에서 (나에게)계속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특히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김 단장에게 전화해 “국회의원이 150명이 넘으면 안 되는데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물은 것은 “김 전 장관이 지시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계엄을 지휘한 김 전 장관이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군을 동원, 국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의미다.
군을 계엄에 대비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김 단장은 “저희가 처음으로 헬기를 노들섬에 전개하는 훈련을 올해 4∼5월 실시했다”며 “(사령관이) 최근에는 풍선 도발 등 북한의 서울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했고 계엄 당일에는 그와 관련된 훈련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신원 자체가 기밀인 김 단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는 듯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얼굴을 가리지 않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어 계엄 상황이라도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면서도 “제가 받은 지시는 국회 봉쇄였기 때문에 안규백 의원과 마주쳤을 때도 아무것도 안 하고 오히려 비켜드렸다”고도 했다. 707특임단이 ‘체포조’였다는 일각의 추측을 반박한 셈이다.
그는 “707 부대원들은 모두 김 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무능·무책임한 지휘관이고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으며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상계엄 당시 국군정보사령부도 계엄군으로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보사 병력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전산실 서버를 촬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그런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선관위가 공개한 CCTV 영상에서 전산실 서버를 촬영한 인원은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정보사 병력은 비상계엄 선포 전에 이미 부대를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선관위 정문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0시 31분, 계엄 선포 후 2분 만이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 전부터 계엄군이 선관이 진입을 계획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