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력이 상위 5개국에 이은 차상위 그룹에 속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달 20일 공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에서 한국을 선두 그룹인 ‘AI 선도국가(AI pioneers)’에 이은 ‘AI 안정적 경쟁국가(AI steady contenders)’로 분류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73개국의 AI 도입 현황을 평가하고 각국의 AI 기술에 기반한 경제 발전 잠재력을 심층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선도국가는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알파벳 순) 등 5개국이다. BCG는 “이들 국가는 투자 및 인프라를 결합해 경쟁 우위를 점했다”며 “인재 개발, AI 규제 윤리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다음 단계로 경쟁력 상위 25%에 해당하는 AI 안정적 경쟁국가로 분류됐다. 이 그룹에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일본, 대만 등 23개국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는 AI 발전 의지(Ambition), 정책·규제, 투자 등에서는 선두 국가군과 같거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숙련도(skills), 연구·혁신 분야에서 비교적 뒤쳐졌다. 이어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떠오르는 경쟁국가’로 뒤를 이었다.
BCG는 한국을 포함한 차순위 그룹에 대해 “선도 국가들의 속도에 비해 약간 뒤쳐져 있다”면서도 “혁신 역량을 강화하면 AI 분야의 경쟁력과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틈새시장이나 전문화된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위 그룹에 속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는 AI 혁신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AI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상위 그룹에 속하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의 AI 수준이 국내에서 자평하는 최상위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금껏 AI 관련 분야에서 발표할 때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순위’를 주로 인용해왔다. 한국은 이 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글로벌 6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최근 정책 발표에서도 이 순위를 인용하면서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3위권 그룹(싱가포르·영국·프랑스·한국·독일·캐나다 순)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BCG 분석에서는 한국을 상위 5개국에 이은 차상위 그룹으로 묶어 다소 차이를 뒀다. 토터스미디어의 순위에서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캐나다(8위)가 취상위 국가로 분류된 점도 차이가 있다.
다만 BCG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가들의 그룹 별 점수를 공개했지만 개별 국가의 별도 순위나 점수를 매기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전 세계 AI 관련 지출 규모가 2028년까지 약 6320억 달러(약 8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