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공항 일부 면세점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하고, 특허수수료도 감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업계가 숨통을 트이게 됐다. 다만 근본적인 경쟁력과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 한계가 여전하다.
11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구역에 입점한 신라·신세계 등 면세점에 임대료가 줄어들 수 있도록 부과 방식을 여객 기준에서 매출액과 영업요율 기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확장구역 면제점은 2024년 11월 25일에 개장하지만 약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아시아나 항공이 배치되지 않아 고객 수가 급감할 것을 고려한 조치다.
확장구역에는 신라와 신세계 이외에도 경복궁면세점·시티플러스등 중소면세점이 있지만, 중소면세점은 기존에도 정산 할 때 영업요율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적용 받아 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면 효과는 신라와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이 누리게 된다. 현대면세점은 이 구역에 입점해 있지 않고,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대신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밖에도 온라인면세점인 스마트면세서비스 도입을 준비하면서 입점업체들에 온라인 매출에 대한 임대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온라인 면세사업은 화장품이 주력이어서 관련 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신라와 신세계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면세서비스는 인천공항에 입점면세점의 물품을 인천공항이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통합 판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라와 신세계 등 대기업 입점업체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 면세점 뿐 아니라 전체 면세업계를 대상으로 올해 내야 할 특허수수료 50% 감면을 연장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특허수수료를 감면해 약 1300억 원을 줄여줬다. 정부 관계자는 “특허수수료는 임대료 감면이나 세수상황과 별개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선 배경은 면세업계 1·2·3위를 다투는 신라가 올해 3분기 373억 원, 롯데는 922억 원, 신세계는 4억원의 영업적자를 나란히 기록할 정도로 업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반면 면세소비자 편의를 위해 관세청이 2022년부터 추진하던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일부 면세업계의 무관심 속에 지지부진하다.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국내 관광객이 해외 출국 시 국내 시내면세점이나 출국장 면세점,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입한 제품을 입국장에서 찾을 수 있는 제도다. 면세업계는 롯데가 주력인 시내면세점 활성화에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까지 부산항만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 면세점들이 반대하고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와 신세계, 현대 역시 소극적이어서 표류하고 있다. 인천공항 역시 임대료 수입 하락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