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사업의 일환으로 수년 전부터 스포츠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네이마르(브라질) 등을 자국 리그에 영입하는 등 축구에 각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축구 투자의 정점에는 월드컵 개최가 있다. 2022년 카타르에 이어 또 한번 중동에서 전 세계인의 축구 축제를 열고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침내 이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2일(한국 시간)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로 참가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 결과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등 3개국 공동으로 개최하고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기로 했다. 두 대회 모두 단독 후보여서 사실상 개최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이로써 2034년에는 월드컵이 2002년 한일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세 번째로 아시아에서 치러지게 됐다.
단독 후보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명 ‘스포츠 워싱’으로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과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키는 국가가 국제사회와 국민들의 시선을 스포츠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FIFA는 숱한 문제에도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인권 단체와 서포터스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노동 인권 및 스포츠 책임자인 스티브 콕번은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주기로 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풋볼서포터스유럽그룹은 “축구가 진정으로 그 정신을 잃은 날”이라고 밝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대회가 열리게 되면서 겨울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카타르 월드컵도 중동의 더위 탓에 그해 11∼12월에 치러졌다. 유럽 등 추춘제(시즌을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마무리하는 제도)로 시즌을 운영하는 지역의 경우 시즌이 한창인 시기라 극단적인 일정 조율이 불가피한 만큼 큰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뛰는 호날두는 조국인 포르투갈과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역대 가장 특별한 월드컵’이라는 글과 함께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올리며 감격해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에 대해서는 “2034년 월드컵은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며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