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탄핵 땐… 韓 ‘가시밭길’ 李 ‘탄탄대로’

[정치지형 어떻게 변할까]

韓 '탄핵 책임론'에 당내입지 흔들

與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

李는 대권가도 독주체제 공고화

헌재 심리 지연·선거법 2심 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둑이 무너지면 진영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정치 지형 전반에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안 가결에 따른 책임론을 견뎌내는 동시에 ‘친윤(친윤석열)’ 권성동 원내 지도부와의 주도권 다툼까지 벌이며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로 사법 리스크를 피해갈 우회로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권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여당의 권력 지형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전날 당내 ‘탄핵 찬성’ 여론을 주도하며 가결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본인 손으로 채운 한 대표가 있다. 여당에서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때 한 대표의 리더십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당 중진과 친윤계 사이에서는 한 대표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의사와 제명·탈당 지시가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윤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됐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사태를 냉정하게 수습할 당 대표가 중진들의 의견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며 일방적 행보를 보임으로써 또 다른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 개개인은 하나의 헌법기관인데 한 대표는 부하 검사에게 지시하듯 밀어붙이려 한다”며 “자신이 비판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친윤계에서는 탄핵 통과 시 한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마저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탄핵 관철’을 굉장한 소신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어 탄핵이 통과됐다고 사퇴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친윤계에서는 2022년 이준석 대표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의 동반 사퇴에 따른 ‘비대위 체제 전환’ 카드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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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의 중심추가 권 원내대표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도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 절반을 훌쩍 넘는 72표를 얻어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반면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보인 뒤에도 사전에 기자회견을 예견했던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찬성파 의원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국민의힘 전체를 내란 공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민주당의 악랄한 여론 호도 수법”이라면서 계엄 사태의 총부리를 야권으로 돌리며 한 대표와 결을 달리 했다. 양측의 골이 깊어지며 야권이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할 시 원내 지도부가 방어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최근 의원총회에서는 한 대표에게 “차라리 대권 포기 선언을 해달라”는 한 의원의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윤 대통령의 퇴진이 가시화하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가 한 달여 만에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내년 4월 ‘벚꽃 대선’도 이론상 가능하다. 이 대표로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최종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 대표는 물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포함됐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는 점도 이 대표에게 유리한 지점이다.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에게 씌워진 사법 리스크를 잠재울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축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실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상실함으로써 야권 내 대선 주자로 독주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헌재의 사건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리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탄핵 심판 최대 기한인 180일을 다 채우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 대표가 6개월 이내에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대선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일부에서 6개월 내로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나온다) 어쩌고 하는데 그렇게 안 본다”며 “윤석열 내란 수괴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때까지 이재명의 재판은 끝나지 않는다”고 기대했다.


이진석 기자·강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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