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갈라진 국민의힘의 위기 상황과 관련,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이준석을 쳐내면서 국민의힘이 두 가지 방향으로 퇴행을 했다"고 상황을 짚었다.
진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하나는 '탄핵의 강'이다. 당 대표 선거 당시 이준석은 TK(대구·경북)에 내려가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정면승부 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를 대표로 선출하면서 국힘은 잠시나마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운을 뗐다.
이 의원의 이른바 '탄핵의 강' 발언은 3년 전 그가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로 취임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6월 3일 그는 대구에서 열린 당 대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에게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에는 수년 간 깊은 갈등의 골이 남아 있었는데, 향후 정권을 되찾으려면 이견을 봉합하고 미래를 내다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후 국민의힘은 또 다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찬반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두 번째 퇴행으로 '선거조작설'을 꼽았다. 진 교수는 "(이 의원의) 대표 선출 전후로 그는 극우 유튜버들에게 많은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개표조작설 같은 음모론을 펴는 세력을 비판했다"며 "덕분에 그들을 당에서 주변화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부정선거설을 주장하는 이른바 '극우 유튜버'들의 영향력을 당내에서 분리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이 주변에 꼬여 미친 짓 할 때마다 제가 막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윤 대통령이) 이놈들에게 물들었다"라며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 진영을 절단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주변에 있던 음모론을 중앙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윤 대통령이 형이상학적 규모의 깽판을 쳤는데도 당에서 끝내 내치지 못한 것은 건넜던 탄핵의 강을 곧바로 되 건너갔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당 대표 시절 국민의힘을 온건한 정당으로 되돌리는데 힘쓴 이 의원의 노력을 무산시킨 게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진 교수는 "이번에도 (여당은 한동훈) 대표를 내치겠다는 얘기"라며 "그 짓의 처참한 결말을 보고도 아직들 저러는 걸 보면 한심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