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잇따라 상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통해 국내와 해외 거래소를 동시에 이용하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2위인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상장돼 있다. 지난해 말 빗썸과 코인원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코빗·고팍스·업비트가 차례로 USDT를 상장했다. USDC는 올 3월 코인원에 상장된 데 이어 8월 업비트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자금 세탁 등 범죄 우려로 스테이블코인 상장에 신중했던 국내 거래소들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거래소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자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매입한 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에 투자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보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들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며 “이런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외 거래소에서 거둔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국내 거래소에 입금해 원화로 환전하는 사례도 많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24시간 연중무휴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이 같은 투자자 수요에 맞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USDT 거래자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올 9월에는 USDT와 USDC의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이후 거래량이 급증해 불과 한 달 뒤 국내 USDT 거래량의 78%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비트도 올 8월 USDT 거래 수수료를 0.04%포인트 인하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USDT를 이용한 불법 외환 거래가 발생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거래가 증가하며 법인세 탈루와 마약·도박 자금 세탁 등 불법 외환 거래가 증가했다”며 “가상자산 거래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에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의 정의를 추가하고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사업자에 사전 등록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