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정부가 경제 시스템을 긴급 점검하고 시장 안정에 나섰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각 경제 부처가 당분간 비상 관리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곧바로 컨틴전시플랜(비상 대응 계획)에 따른 조치를 시작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직후인 지난 8일 바로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와 F4회의를 연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던 2016년 12월 9일에도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곧바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하루 뒤인 10일 경제 5단체장을 면담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기재부는 ‘대외 신인도 관리와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거듭 강조할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 직전 관계장관 합동 성명문을 통해서도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외 신인도에 흔들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12일 최 부총리가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와 콘퍼런스 콜을 열었던 것처럼 해외 금융기관과의 의사소통도 이어갈 전망이다. 기재부는 당시 신평사들이 “최근 정치적 상황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수 경기가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계층 지원책이나 내수 부양책을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세액공제 강화나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와 같은 내수 진작책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악화한 경기 심리를 반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13일 기재부는 정부 측 공식 경기 진단을 담은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원래 기재부는 지난 13개월간 ‘경기 회복 조짐’을 언급했지만 이번 보고서엔 이 같은 표현이 빠졌다.
경제팀으로선 ‘당분간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고 해도 이는 임시 체제인 만큼 사실상 정책 추진에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총리를 비롯해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내각 인사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해석까지 제기된다.
기업의 불안 심리를 달래는 것도 관건이다. 재계에선 이미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부터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자금 시장에 민감한 4대 금융지주에서는 환율·유동성·자산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기업들의 주요 의사결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글로벌 통상 정세도 긴박하게 바뀌고 있고 기술 경쟁도 치열한 형국”이라며 “경영인들이 굵직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이를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