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원·달러 환율 정상화에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 정치를 둘러싼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선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1원 오른 1433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1402.9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향에 급등했다.
7일 탄핵소추안 부결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 9일엔 1437.0원까지 치솟으며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돈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뿐이다.
외환시장에선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탄핵 정국이 끝나지 않은데다 기본적으로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기인한 강달러 현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정치) 과정이 진행된다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미국 예외주의 지속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분쟁 등이 달러 강세를 유도할 공산이 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환율 관리와 외환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 기준 4153억 9000만 달러 수준이다.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를 밑돌았던 것은 201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외환시장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은행 외환 선물환 포지션 확대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