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돈스쿨'된 로스쿨 입시…수능강자 '시대인재'도 뛰어든다

시대인재 로스쿨, 이달 말부터 학생 모집

문과 취업난·전문직 선호에 변호사 인기

LEET 원서 접수자 5년 연속 최고치 경신

시험·면접 대비 학원비만 수백 만 원대

"준비 단계부터 부담 커…'돈스쿨' 실감"

8월 22일 202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aT센터가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수험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8월 22일 202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aT센터가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수험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자 9명을 배출한 강남의 유명 대학 입시 학원 시대인재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시장에 뛰어든다. 학령인구 감소로 좁아진 대학 입시판과 달리 취업난과 전문직 선호로 로스쿨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대인재는 교육·평가 콘텐츠 제작 업체 이매진피앤엠(P&M)과 협력해 다음 주초 ‘시대인재 로스쿨’을 선보인다. 기존 이매진피앤엠이 운영하던 ‘상상로스쿨’의 명칭을 ‘시대인재 로스쿨’로 바꾸고 시대인재의 체계적인 운영 방식과 검증된 강의 시스템, 교재 제작 노하우를 앞세워 로스쿨 입시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는 이매진피앤엠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시대인재는 12월 말부터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다. 현재 LEET 경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대인재의 합류로 그동안 메가로스쿨(메가엠디)이 사실상 독점해온 로스쿨 입시 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로스쿨 입시 시장은 메가로스쿨·해커스로스쿨·상상로스쿨이 주도하고 있지만 메가로스쿨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해왔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시대인재는 수능 시장에서 이미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만큼 로스쿨 입시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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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인재가 법학적성시험(LEET)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로스쿨이 문과생들에게 ‘최대 탈출구’이자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취업난과 전문직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경제·경영 및 인문학 전공자들은 대기업의 이과 중심 채용 확대로 좁아진 취업 시장과 전공의 한계를 체감하며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로스쿨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정년 없이 평생 직업을 유지할 수 있고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로스쿨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 문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점이 좋은 절반은 로스쿨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차선책으로 행정고시를 준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로스쿨 입시 시장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25학년도 LEET 지원자는 1만 9400명으로 지난해 1만 7360명보다 2040명(11.75%) 증가했다. 최근 5년간 LEET 원서 접수자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로스쿨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9년(1만 960명)과 비교하면 지원자가 70% 이상 늘었다. 전국 25개 로스쿨 모집 정원은 2000명으로 고정돼 있어 입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로스쿨 수험생들은 준비 단계부터 커지는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생 신분인 이들은 LEET 대비 학원비, 면접 대비 강의, 배치 상담, 자기소개서 첨삭 등으로 수백만 원대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LEET 시험 대비 학원비만 해도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에 달하고 자기소개서 무한 첨삭 프로그램은 200만~300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로스쿨 입학 후에도 선행학습과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은 장기화되는 구조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권 모(29) 씨는 “인터넷 강의로만 준비했는데도 교재비까지 포함해 최소 400만~500만 원을 썼다”며 “유명 강사들의 강의는 ‘사별 프리패스’ 형태로 묶여 팔리는데 특히 1타 강사의 강의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응시료 24만 5000원에 대학별 원서 접수비만 20만 원을 넘고 배치 상담과 첨삭까지 감안하면 ‘돈스쿨’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이 표방한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준비 단계부터 경제적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용 부담이 큰 사교육 환경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스쿨 입시 학원이 성인 대상 학원으로 분류되면서 사교육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중고 학원은 교습비 공시 의무를 적용받지만 성인 대상 평생 직업교육 학원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공교육을 벗어난 성인 학원에 대한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로스쿨의 설립 취지와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 관리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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