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위험하고 어려워서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기초화학 소재를 우리가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절벽에서 먼저 뛰어내려 무리를 이끄는 ‘퍼스트 펭귄'처럼 우리나라 소재 산업을 개척해보고 싶습니다.”
장영수(사진) 백광산업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남들이 만드는 소재만 만들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첨단·미래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54년 설립된 백광산업은 가성소다·합성염산·액화염소 등 주로 수입에 의존해왔던 기초화학 제품을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국산화해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글로벌 화학 회사인 바스프의 군산 공장을 인수하며 첨단 공정을 도입했다. 2010년부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 분야에 뛰어들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염소 생산에 성공하면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첨단 소재를 생산하려는 백광산업의 노력은 2019년 일본이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자 빛을 발했다. 당시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은 고순도 염소를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었다. 백광산업은 이때부터 자체 개발·생산한 고순도 염소를 국내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입산보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현재 국내 고순도 염소 시장을 80%가량 점유하고 있다. 첨단 소재 국산화 수준을 뛰어넘어 진정한 ‘대체’에 성공한 것이다. 백광산업이 생산하는 고순도 염소의 순도는 99.999% 이상이다.
백광산업이 최근 생산 및 공급에 힘 쏟고 있는 소재는 고순도 염화수소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고순도 염소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에 쓰인다. 하지만 식각 강도가 고순도 염소보다 강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은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의 초미세화한 크기를 다루는 정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강한 식각력으로 보다 정밀하게 반도체 웨이퍼를 깎아내고 수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장 대표는 “2020년 고순도 염화수소 양산에 성공해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목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 메모리(HBM), 이차전지 등 첨단 제품 소재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AI 반도체와 HBM 공정에 쓰일 수 있는 전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이차전지 전해액 국산화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