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등 3개 수련병원을 둔 울산대의대 교수들이 18일 학생, 사직 전공의들과 함께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2000명 의대 증원 발표는 의사들에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같았다"며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총파업을 할거라 예상하고 각종 행정명령과 경찰력을 동원해 전공의를 협박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일컬어 윤석열과 장상윤 사회수석,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준비한 의료농단이라고 규정하며 전공의와 학생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성공할 뻔했다고 꼬집었다. 독재자의 절대 변경 불가 ‘주술적 2000명 증원’ 한마디에 어떤 공무원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불법적 조치가 내려졌고, 급기야 3월부터 이미 사직한 상태인 전공의에게 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비상계엄 포고령을 적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나서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도 의료대란의 공범으로 당장 파면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은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에서 선발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선발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며 "이대로 내년도 대입이 마무리되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0명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안정협의체 등 어떤 구조로든 국회와 정부는 지금 진행 중인 의대 입시 선발 절차를 멈추고 대학 총장, 의대 학장, 교수들과 함께 대학별 교육 여건과 상황을 고려한 감원 선발 대책을 마련해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사직 전공의들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의 요구사항과도 일치한다. 각 의대는 지난 13일까지 수시 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오늘(18일까지) 입학 등록을 받는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4567명 중 수시모집을 통해 선발된 인원은 총 3118명(중복 합격 포함)이다. 수시 합격자가 등록을 마치면 사실상 취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후년 신입생을 받지 말라는 차선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협과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국회 교육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 안건은 따로 정하지 않은 채 내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정갈등을 둘러싼 의료계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