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청계천 노점상 옮겨간 서울 풍물시장, 운영 중단 위기

시의회 예산 8.3억 삭감

"불법증축·전대 해결 의지 없어

서울시는 수년째 방관만" 비판

2년째 위탁사 구상권 청구 주장도

市는 상인반발 우려 "지원 지속"

19일 서울풍물시장 2층 상가 점포들이 개점시간 이후에도 닫혀 있다. 김창영 기자19일 서울풍물시장 2층 상가 점포들이 개점시간 이후에도 닫혀 있다. 김창영 기자




19일 오전 찾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풍물시장. 개점 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겼지만 2층 상가에는 점포 5개 중 1개 꼴로 여전히 천막이 내려진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장 동쪽 건물 외벽에는 폐기물, 깨진 유리 파편, 주정차 차량이 뒤섞여 지나다니기 힘든 상태였다.



청계천 노점상들이 옮겨와 형성된 풍물시장 운영 예산이 내년 4분기부터 끊길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회가 수년간 관리 운영 부실, 불법 증축, 노점상, 불법 전대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자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풍물시장 활성화 예산은 올해 34억 7720만 원에서 내년 22억 9597만 원으로 34% 쪼그라든다. 2014년(19억 9330만 원) 이후 11년 만에 최저다. 문제 개선 의지가 없다며 시가 최초 편성한 금액에서 4분기(8억 3000만 원) 예산만큼 삭감한 결과다.

풍물시장 출입구 앞에 판매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김창영 기자풍물시장 출입구 앞에 판매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김창영 기자


청계천 개발로 밀려난 상인들은 2003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와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을 형성했다. 이후 오세훈 시장이 동대문운동장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개발하면서 2008년부터는 현재 서울시교육청 부지로 이전했다. 시는 교육청에 부지 임대료로 매년 7억 원 정도 내고 나머지는 위탁사에 사업비로 준다.



서울시가 홍국표 서울시의원(국민의힘·도봉2)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해와 올해 행정감사에서 ‘풍물시장의 불법 임의 증축과 복구에 예산이 낭비됐으므로 손해배상과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시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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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는 서울시가 불법을 눈감고 해마다 수십 억 원을 쓴다며 담당 공무원과 위탁사로부터 세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청 건축허가 없이 9번에 걸쳐 관리사무소·식당 등을 불법 증·개축하면서 세금이 5억 원 넘게 쓰이고 철거·복구 등 후속공사에 10억 원의 예비비가 추가로 들어가 15억 원이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는 것이다.

시장 건물 외벽에 적치된 폐기물. 김창영 기자시장 건물 외벽에 적치된 폐기물. 김창영 기자


서울시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시의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는 “법률자문 결과 수탁기관 손해배상은 승소 가능성과 실익이 낮다”며 “구상권 청구 대상이 아니고 공무원의 순전한 직무상 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입힌 경우 특별규정이 없는 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3회 이상 체납 점포가 80개를 넘어서는 등 월 7만 원의 임대료 문제도 지적 받았다. 임춘대 기획경제위원장은 “임대료를 현실에 맞게 했으면 이런 일이 있겠느냐”며 연체가 계속되면 임대 계약을 해지해야 하지만 시가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도에 판매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김창영 기자인도에 판매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김창영 기자


불법 전대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불법 전대가 551명 중 절반인 283명으로 추정되는데 시는 정확한 숫자 파악도 못하고 있다. 공유재산을 임차한 뒤 타인에게 다시 빌려주면 지자체장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도록 돼 있다.

시의회는 운영이 엉망인데도 특정 회사가 2012년부터 위탁을 독점하고 시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탁사 대표는 지난달 행정감사 증인 요구에 불출석해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시의회는 불법 전대 계약을 해지하고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라며 최후 통첩을 날렸지만 시는 상인 반발을 우려하며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의지가 없다”며 “시장 폐쇄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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