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캐나다 리튬 채굴 업체의 지분 9.9%를 4810만 달러(약 7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광산 투자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행 투자에 나섰지만 고임금 구조로 인해 경쟁력 제고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간)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와 함께 캐나다 리튬 채굴 업체인 ‘패트리어트배터리메탈스’의 지분 투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패트리어트배터리메탈스로부터 10년간 매년 10만 톤의 스포두멘 농축액을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두멘 농축액은 리튬이 풍부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된다.
파워코는 2029년부터 패트리어트배터리메탈스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유럽과 북미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북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원가 절감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전기차 선행 투자가 뒤처졌다는 점이 꼽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폭스바겐의 순이익은 15억 7600만 유로(약 2조 3777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7%나 감소했다. 판매 대수도 218만 대로 같은 기간 7.1%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포함해 선행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은 이에 뒤처지며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주요 수익원이었던 고급차 브랜드 포르쉐와 아우디의 판매가 부진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높은 인건비가 폭스바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2유로(약 1만 8000원)에 달하는데 폭스바겐은 박리다매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5%에 달한다.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그룹(11%), BMW(9%)보다 크다. 또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해 앞으로도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리서치 회사 포어인의 안도 히사시는 “고비용 구조에 대한 체질 개선과 상품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차 사업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향후 출시할 저가 차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