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픽사 애니메이션 신작에서 트랜스젠더 서사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 결정이 성소수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눈치 보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성명에서 신작 애니메이션 ‘이기거나 지거나’(Win or Lose)에서 시리즈 막판에 등장하는 대화 일부를 편집했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이 결정이 올여름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거나 지거나’는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픽사의 첫 오리지널 롱폼 콘텐츠다. 챔피언십 경기를 앞둔 중학교 남녀 소프트볼팀 선수들과 코치, 가족이야기를 담은 8부작으로, 에피소드마다 다른 캐릭터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CNN은 디즈니의 이번 발표가 “미 대선에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이미 많은 기업이 압력과 위협에 대응해 DEI 정책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2022년 ‘라이트이어(Lightyear)’와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 등 가족영화에 성소수자(LGBTQ) 캐릭터와 이야기를 포함해 보수단체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22년 말 취임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프로그램과 영화가 너무 정치적으로 변했다며 프로젝트 검토를 지시했다. 지난해에는 ‘달 소녀와 악마 공룡’(Moon Girl and Devil Dinosaur) 시리즈 중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디즈니의 이같은 변화에 성소수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군 내 모든 트랜스젠더 군인을 추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에 발표될 수 있다고 했다.
준비 중인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미군에서 복무 중인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들을 질병 등으로 인해 군 복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의병 전역 시킨다는 계획이다. 트랜스젠더들이 새로 군에 입대하는 것도 금지한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미군 내 일부 고위 장교들이 군대의 전투력보다는 다양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이들이 추진해 온 이른바 군 내 ‘워크’(woke·진보 어젠다 및 문화를 통칭하는 말) 문화를 맹비난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