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내년에도 연초부터 보릿고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 마련이 늦어지면서 소비자의 구매 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 집행이 내년 3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에 2025년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포함한 이용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계획한 연내 발표 일정보다 늦어졌다.
문제는 정부 발표가 뒤로 밀리면서 내년 1~2월에 전기차 보조금 집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통상 정부는 보조금 개편안 초안을 만들어 놓고 자동차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국비 보조금 매칭과 완성차 업체의 가격 책정까지 마무리되면 현장에서 보조금이 집행된다. 이 과정이 보통 2~3달 소요된다.
정부는 1월 중에 보조금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업계와의 간담회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협상과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가격 전략 수립 일정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내년도 3월은 돼야 보조금 집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완성차 업계가 내년도 올해처럼 1~2월에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연초부터 소비자 구매 심리에 큰 영향을 주는 보조금의 지급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 초에도 보조금 확정이 늦어지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낸 바 있다. 정부 보조금 개편안이 올 2월 6일에서야 최종 확정되면서 보조금 집행은 3월부터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올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평월 대비 10~15%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 추세라면 내년에도 올 초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