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반등을 꿈꾸던 국내 증시가 겹악재를 맞닥뜨리며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확실한 상승 재료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중지)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음 주 내수와 배당 업종 중심으로 방어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반등이 기대됐던 국내 증시는 고환율·고금리 부담과 반도체 업황 불안 등 여러 악재에 발목을 잡히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78포인트(1.95%) 하락한 2404.15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간(16~19일) 90.31포인트(3.62%) 하락한 코스피 지수는 장 중 한때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가 2400 밑으로 추락한 건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만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5.42포인트(3.66%) 하락한 668.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뼈아팠다. 지난 한 주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290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8일(현지 시간) 진행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FOMC 이후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도 지수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주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25회계연도 1분기(올 9~11월)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12월~내년 2월) 실적 전망치(매출 79억 달러)를 시장 기대치(매출 89.9억 달러)보다 낮게 제시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확산했다. 마이크론은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진다.
현재로선 다음 주에도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당장에 악재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거론된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은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하원에서 부결됐다. 처리 시한까지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 할 경우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돼 단기적으로는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엔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를 빌려 외국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일본은행(BOJ)가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동결하긴 했으나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에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다음 주 코스피 지수가 2390~2510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추정하며 음식료, 화장품, 유통, 의류, 은행, 증권 등 내수와 배당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고환율 부담, 미국 정치와 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불안 등 여러 악재가 밀집된 구간"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조기 대선 기대감을 선반영할 수 있는 내수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가격 이점은 분명히 높아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