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AI시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방법[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

■김세중 우리PE자산운용 부문장

툴 제공=플라멜툴 제공=플라멜




필자는 AI 포럼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I 관련 스타트업, 학계, 연구단체, 법조계 종사자 등이 참여해 AI 기술의 트렌드, 제도변화, 실제 적용사례 등을 놓고 토론하며 정보를 교류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화두로 등장했다. 보통 AI기술을 사업화 하는 촉망받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가 미국에서 펀딩을 하는데 미국 기업과 동일한 AI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폭 평가절하되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기술의 수준보다는 기술 사업화의 확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결과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제 주식시장의 문턱을 넘어 전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지적이었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유통 금융시장에서 주로 언급됐다. 하루 이틀의 얘기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국장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였다. 한국 주식시장은 주식의 본질가치 대비 가격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PER, PBR 등 그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저평가 상태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불투명한 오너 중심 지배구조와 그 반대편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반주주,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제도와 정책 불확실성,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알려져 있다. 대책이 필요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한국식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또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가지 처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처럼 느껴진다.



한국 증시가 디스카운트라면 미국 증시는 프리미엄 상태이다. 미국 증시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할 정도로 강세국면이다. 강력한 경제 성장이 뒷받침하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를 재조정해야 할 정도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 AI 등 신기술 이니셔티브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위압적이다. 미국 증시가 전세계 증시 중에서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 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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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도 지금의 미국 증시는 특출하다. PER 기준 프리미엄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GDP 대비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사적 평균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그나마 비교 가능한 시기는 90년대의 미국 증시이다. 당시 인터넷 혁명을 기치로 신경제 붐을 일으킨 결과 미국증시가 급팽창했다. 90년대나 지금 모두 미국 GDP의 글로벌 비중은 25% 내외로 유사하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은 90년대에 30~35% 전후였는데 비해 지금은 45~50% 수준이다. 미국내 시가총액 비중이 35%를 넘어설 정도로 ‘매크니피슨트7’ 기업들이 지금의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AI와 관련성이 높다. 성장 기대가 큰 AI 주도의 미국 증시는 불안하나 강력하다.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 기대를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서 진단한 바와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은 혁신에 의한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유일하다.

90년대에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하에 이머징마켓을 개방하여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만들고 그 밸류체인의 정점에서 수혜를 누려온 미국이 이제는 관세를 무기로 보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확장일로의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속에서 대기업 중심의 패스트팔로우 전략으로 경쟁력을 보여온 우리경제가 보호무역주의와 반쪽짜리 글로벌 공급망 환경에서는 그 설자리를 점점 잃게 될 우려가 크다.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의도하는 바와 같이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 밸류에이션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장기적으로 유망 기술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대기업에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고 성장 기대를 높여야 진정한 밸류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부진을 목도하는 현실에서 AI 스타트업 대표를 통해 듣게 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확산은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심각한 경종이다. 디스카운트와 프리미엄이 뒤바뀌는 글로벌 균형추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 성장기대가 있는 나라에 투자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AI 등 기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유기적 결합이 성장기대와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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