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무제표에서 시작된 의문… 거래 패턴 분석후 ‘허위 세금계산서’ 포착 [수사의촉]

<18>조세포탈·특경법상 사기

경찰 불송치 결정난 공사대금 2억 상당 사기

보강 수사 과정에서 재무제표 사업수익 의문

피의자 계좌 내역 추적해 특정 거래 패턴 발견

A씨 54회 걸쳐 28억 규모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H빔(건물의 뼈대로 사용되는 강철 기둥) 가공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2017년께 공장을 건립하면서 B씨와 건설 계약을 맺었다. 공장 설립 대가로 B씨에게 1억8500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C씨도 2020년께 A씨 회사가 제조한 철골을 5000만원에 구매했다. 매출 등 외형이 탄탄한 회사라 두 사람은 곧 돈과 자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A씨 응답은 ‘함흥차사’였다. B씨와 C씨는 약속 받은 공사대금과 자제 지급이 각각 6년, 4년이 미뤄지자 올해 초 고소했다. 하지만 A씨는 ‘잠시 돈을 못 준 것일 뿐이라며 사기 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A씨를 무혐의 처리하고 불송치 결정했다.

두 사람은 경찰 결정에 어이가 없었다. B·C씨는 ‘수 년 동안 돈과 자제를 못 받았는데, 죄가 없다는 게 말 이 안 된다’며 즉각 이의신청을 했고,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사건을 맡게 된 정지영(사법연수원 37기)·임영하(변호사 시험 9기) 창원지검 마산지청 형사2부의 검사는 보강 수사에 돌입했고,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돈을 몇 년째 줄 수 없는 회사라고 보기에는 사업 수익이 너무 크다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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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검사는 “이 정도 수익이면 피해자에게 돈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며 “단순한 사기죄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 검사는 재무제표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하고 A씨의 개인 계좌와 사업체 계좌 내역을 살펴보기로 했다. 계좌 추적 결과, 전형적인 자료상의 거래 패턴이 포착됐다. A씨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물건값이 계좌에 입금되면 부가가치세액만 갚았다. 이후 나머지 돈은 다시 돈을 보낸 사람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임 검사는 “예를 들어, 1100원이 들어오면 부가가치세 100원만 남기고 1000원은 다시 출금돼 돈을 보낸 사람 쪽으로 나갔다”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 계산서에 기재된 금액만큼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A씨는 이를 노린 듯 보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증가시켜 재무제표상 사업 수익을 부풀리고 있는 점이 수상했다. 두 검사는 해당 패턴을 분석한 후 세무서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문제는 세무서가 고발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서에 고발을 검토해 달라고 의뢰했고, 그 과정에서 유관 기관들과 정보를 수시로 공유했다. 세무서 조사 결과, A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54회에 걸쳐 총 26억 8166만 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A씨의 사기 행위가 금융기관에까지 미쳤는지 확인했다. A씨 회사의 대출을 진행한 금융기관의 대출 담당자 조사를 진행하고 대출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허위 세금계산서 20매를 발급해 매출액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분식한 재무제표를 담은 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약 21억 3829만 원의 대출금을 편취한 내용도 확인됐다. 전형적인 대출 사기 방식이었다.

허위 세금 계산서, 대출 내역 등 객관적 증거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별다른 변명 없이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최근 A씨는 사기,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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