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제 상황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빗대며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 감액한 내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지 2주일도 안 돼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자 여당은 물론 정부조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내란 사태까지 겹쳐 불안감이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며 “IMF 때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 둔화 때문에 빚을 못 갚아서 채무 조정에 나선 서민이 18만 명대로 급증하고 개인 회생 신청 건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 같다”며 “그런데 정부의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예산 조기 집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예산 조기 집행이 지금같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유효한 정책일 수 있겠냐”며 “한국은행 총재, 경제부총리까지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절실한 이 비상 상황에서 추경이라도 반드시 해야 된다는 점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추경 편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추경 논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최 부총리는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고 이 총재는 “현재 재정은 긴축 수준이라 추경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추경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이 총재와 달리 최 부총리는 “내년 1월부터 예산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충실한 집행을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추경 편성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추경을 잇따라 촉구하는 것은 이 대표가 계속 서민·자영업 대책으로 내세워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을 대거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내년 예산안이 잉크도 마르지 않았고, 집행조차 안 된 상태”라며 민주당이 추경을 정치화하는 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내 비상설특위인 ‘월급방위대’를 발족해 직장인을 위한 조세 제도 재설계와 정책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 월급방위대는 △월급쟁이 소확행 시리즈 발굴 △물가 상승에 따른 과세 합리화 △자산 형성 및 재테크 지원 △사회 진출 청년 소득세 및 은퇴자 연금소득세 경감 방안 모색 △저소득 근로자 대상 근로장려금 보완·확대를 5대 과제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