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는 첨단 기술 중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 미국과 유럽의 전유물이었고 이후로도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손에 꼽습니다. 한국이 자체 개발 국가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김건수(사진) 큐로셀 대표는 23일 대전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CAR-T 치료제인 ‘림카토(성분명 안발셀)’ 허가가 곧 임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CAR-T 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특정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후 몸에 주입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림카토는 재발성,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위한 CAR-T치료제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율은 67.1%로 경쟁약보다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큐로셀은 성인 백혈병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다.
림카토는 이달 10일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보건복지부 ‘허가 신청-급여 평가-약가 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약제로 선정돼 신약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6개월 이내 허가와 급여가 동시에 이뤄지는 사업으로 완료되면 국내에서 개발한 1호 CAR-T 치료제가 된다. 림카토 허가가 완료되면 환자들의 CAR-T치료제 투약 소요 기간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김 대표는 “CAR-T 치료는 특수한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냉동처리를 거쳐 미국으로 보내면 평균 40일이 소요됐다”며 “큐로셀은 이미 대전에 림카토 생산을 위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완공해 2주 이내 투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이후 2년이 안된 시점에서 항암 치료제 상업화 눈 앞에 둔 큐로셀의 행보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는 “2016년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국내 인력은 물론 임상기관, 인허가 당국 모두 CAR-T 관련 경험이 없었다”며 “김찬혁 서울대 교수와 심현보 이화여대 교수가 합류하고 국내 최초 CAR-T 투약이라는 부담에도 삼성서울병원과 김원석 CAR-T세포치료센터장이 1상을 맡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림카토 허가 신청과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미, 중동, 동남아에는 환자도 많고 돈도 있지만 기술이 없는 나라가 있다”며 “생산시설과 기술을 동시에 수출하는 턴키 방식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로셀의 다음 파이프라인은 T세포 림프종을 위한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아직 T세포 림프종 치료제가 없는 만큼 세계적으로 가치가 높은 프로젝트”라며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최근 허가받은 면역세포치료제보다 더 뛰어난 데이터를 동물실험을 통해 확보해 조만간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규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최근 미국 법인 설립도 마쳤다.
큐로셀 본사 1층에는 ‘당신이 98명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 걸 기억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김 대표는 “치료 환자가 늘어날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올라간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