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가 화장품 소재 및 포장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종이 사용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관련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 간 화장품 시장의 핵심 트렌드인 ‘친환경’과 제지사의 식물 유래 성분과 재활용 가능한 종이 포장재의 코드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런 추세는 강화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지업체 무림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와 손잡고 친환경 종이 ‘네오포레 FLEX’를 적용한 마스크팩 종이 파우치를 개발했다. 보통 마스크팩 파우치는 수분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의 비닐이나 알루미늄 포장재를 주로 사용한다.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사가 이번에 선보인 마스크팩 종이 파우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45% 줄인 것이 특징이다.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해 재활용이 쉬운 것은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스크팩을 촉촉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수분 차단성까지 갖췄다. 특히 차가운 습기가 많은 냉동실이나 화장품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잘 찢어지지 않고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림과 한국콜마는 앞서 2021년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폐종이를 재활용해 만든 자원순환형 포장용지 ‘네오CCP R30’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최근 가치 소비가 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마스크팩 종이 파우치는 국내외 다양한 뷰티 업계 고객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제지(213500)의 경우 화장품 포장재 뿐 아니라 원료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종이의 원료인 펄프에서 나오는 셀룰로오스 미세섬유로 만드는 화장품 소재가 제지사가 개발하는 대표적인 화장품 원료이다. 한솔제지의 친환경 소재 ‘듀라클(Duracle)’은 최근 임상 시험센터인 GSC 안티에이징랩으로부터 피부 보습, 눈가 주름 및 피부 결 개선 효과 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듀라클은 나무의 구성 성분인 셀룰로오스는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 적용할 경우 수분 보유를 도와주면서 보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피부의 탄력이 개선 됨에 따라 피부 결이나 주름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소재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는 지난달 제주 지역단체 및 헬스케어, 코스메틱, 한의약품 플랫폼 기업들과 화장품 등의 패키지 개발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종이 ‘프로테고’로 국내 화장품사 수출용 마스크팩 종이 파우치도 제조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피부와 직접 맞닿는 화장품은 천연 성분을 선호하고 포장재마저도 이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찾는다”며 “성장 정체국면에 처해있는 제지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