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스플레이 업계의 화두는 색(色) 표준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한발 앞섰지만 이제는 중국이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 화질국제표준화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유장진 연구위원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제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전쟁이 향후 TV 시장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연구원이 말하는 표준은 색을 정의하는 산업적 기준을 의미한다. 가령 똑같은 흰색을 보더라도 어떤 시청자는 푸른색이 조금 섞여 있다고 느낄 수 있고 다른 시청자는 노란색이 섞였다고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색을 재현해내는 기술력만 가지고 디스플레이를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시청자들이 색을 인지하는 차이까지 반영해 패널을 생산해내는 게 디스플레이 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의 인지 오류가 낮아져야 영상물을 판독하는 의료업계나 콘텐츠 제작업계의 비용 손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 위원이 이끄는 TF가 ‘색 인지 차이’ 평가법을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평가 방식은 최근 세계 3대 표준기관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로부터 국제 표준 인증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유 위원은 1996년 LG디스플레이의 전신 LG전자에 입사해 액정표시장치(LCD) 연구를 거쳐 현재 사내 화질 표준화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LCD 셀 광학을 중점 연구하던 2004년 화질과 색채에 대한 호기심에 영국으로 떠났고 리즈대에서 색채 과학 박사 학위를 딴 뒤 회사로 돌아왔다.
일단 표준을 선점하면 경쟁사와의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유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새롭게 정립된 국제 표준이 실제 시장과 업계의 기준이 되면 기업들은 그 표준을 지향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된다”며 “그 표준을 주도한 기업은 타 기업이 쫓아오는 동안 기술면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등록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질 측정법이 대표적 사례다. 유 위원은 “회사가 OLED 패널을 처음 선보일 때는 OLED 특성을 고려한 화질 평가법이 없어 LCD패널 평가법으로 했다”며 “그러다 보니 OLED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고 이후 관련 평가법을 표준화 해 이를 통해 마케팅·프로모션을 했고 시장에서 한발 치고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또한 최근 들어 ‘표준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표준 등록 협회에 중국 기업인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은 표준 초기 단계에만 선정돼도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등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