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청론직설] “저성장 위기 극복하려면 스타트업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로 바꿔야”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위즈돔 대표)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만으론 지속 가능 성장에 한계

코스닥을 살려야 자금 순환과 스타 기업들 출현 가능

CVC 투자비중 22% 美 49%와 격차, 규제 풀어야

“겨울에 봄 준비”…닷컴·모바일 이어 AI 데이터 시대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 23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성장은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 23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성장은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 속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와 계엄·탄핵 정국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대기업 중심의 전통적인 성장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면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려면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미래 혁신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즈돔 대표를 맡고 있는 한 의장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리려면 무엇보다도 코스닥 시장, 국장(국내 증권시장)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트럼프 리스크’와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데.

△투자가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고환율로 비용도 많이 늘고 있다. 안 좋은 얘기들이 숱하게 많지만 스타트업계는 겨울이 깊을 때 봄을 준비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에 닷컴 혁명이 일어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바일 혁명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모바일 혁명을 넘어 또 다른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것 같다.

-스타트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는가.

△2008년 위기가 닥쳤을 때 스마트폰이 나와 세상을 연결했고 많은 것들을 공유시켰다. 플랫폼 경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야놀자·토스·마켓컬리·두나무 같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모두 합하면 5대 그룹에 들어갈 만한 기업들이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는 모바일 시대를 넘어 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것인가.

△이제 무엇을 팔든 데이터를 AI에 집어넣지 않는 기업이 없다. 얼마나 데이터를 잘 다루고 머신러닝을 하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서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 시대로 바뀐다고 말한다. 오픈 AI를 기반으로 특정 학습을 시키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AI 초기 경쟁에서 선진국에 밀렸지만 응용·사업화에서는 워낙 잘해 밀리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계에도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흔히 국내 비즈니스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기술을 갖고 동남아시아에 가보라고 조언을 받는다. 하지만 막상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 중에 잘된 경우가 많지 않다. 요즘에는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렌터카를 쓰는데 여기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끝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계약서를 쓰는 데 30분이 걸린다.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오랫동안 바뀌지 않던 관성이 깨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적기이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잘못해서 당하느니 법치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인터뷰. 권욱 기자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인터뷰. 권욱 기자


-미국 시장에서도 스타트업의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는가.

△우리가 만든 생활 플랫폼들이 의외로 미국에 없는 경우가 많다. ‘구글 신(神)’이 지키고 있어서 함부로 창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K’자가 붙으면 디스카운트 요소가 됐는데 이제는 프리미엄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기업 조세정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에 비용 절감의 기회를 줄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1%씩 떨어지면서 저성장의 위기에 직면했는데.

△저성장 추세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더 이상 대기업 중심의 전통적 성장 모델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공정한 자유경쟁 시장 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감시와 비판을 많이 받는 데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대기업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같은 것을 통해 스타트업을 응원해 스타트업이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되게 해야 한다.

-2021년 이후 창업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창업 감소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뿌리내릴 수 없다. 정부에서 스타트업에 상도 많이 주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좀 데리고 가주면 좋겠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20%가량의 핵심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거나 구주를 줄 때 일정액까지 세제 혜택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지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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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국장이 살아나고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로 쉽게 탈출할 수 있어야 돈이 다시 스타트업계로 들어오고 스타 기업도 나올 수 있다. 스타트업계에서 김연아·박태환·박세리 같은 사람들이 나와야 다음 선수들이 또 나타난다. 요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코스닥에 가면 반 토막도 안 될 것 같으니 나스닥 상장을 알아보는 것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인수합병(M&A)을 통해 탈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죽은 기술이지만 와이브로·DMB 등을 통해 돈을 번 코스닥 상장회사들이 있다. 이들이 스타트업을 사거나 지분 교환을 하면 금융 감시와 감독이 집중된다. 돈을 빼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이러니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대기업들은 K팝 회사들의 M&A 방식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K팝 회사들은 어떻게 성공했나.

△K팝 회사들은 자율성을 가진 수많은 레이블을 두면서 비즈니스에 성공했다. 대기업들이 K팝 회사처럼 괜찮은 스타트업을 M&A해서 돌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관 주도에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져 관과 대기업이 붙어야 판이 크게 바뀐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기술을 훔쳤다거나 사업을 베끼고 사람을 빼갔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미국 대기업들은 관련 스타트업의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으면 아예 그 회사를 사버린다. 또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자금이 비교적 넘쳐나지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후기 단계, 즉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부족하다. 그래서 CVC가 정말 중요하다. 또 M&A 관련 펀드가 많이 만들어져 있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합병하려는 회사들이 서로 기업가치를 높여주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감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CVC가 도입된 지 3년 정도 됐는데.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 CVC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말 기준으로 22%에 불과하다. 미국의 49%와 격차가 크다. 외부 자금의 출자 비율 한도를 40%에서 50%로, 해외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20%에서 30%로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유니콘 기업이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직역·제도 등 복잡한 규제 환경에 갇혀 있는 게 고질적인 문제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개가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글로벌 유니콘의 절반가량이 기술과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인데 우리 벤처기업들은 대체로 좁은 내수 위주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이어서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택시·의료 플랫폼 등 신산업이 전통 산업과 충돌하며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신산업과 전통 산업 간의 충돌은 혁신을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자 성장통이다. 신산업을 성공시키려면 전통 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서로 협력해 상생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등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닷컴 시대에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왔지만 요즘에는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증시가 좋지 않아 좋은 소식이 끊긴 게 걱정되고 아쉽다. 하지만 미래가 밝은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디지털 헬스케어 루닛, 라이다(레이저 이용 탐지 및 거리 측정) 기술로 모빌리티 영역을 개척한 에스오에스랩 등의 전망이 밝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계엄·탄핵 사태 등과 관련해) 요즘 개헌 얘기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외교·국방은 연방 정부가, 실질적인 정부 기능은 주정부가 맡는다. 이번에 새로운 체제를 만든다면 지방자치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 좋겠다. 다원화되고 분권화된 곳에 사업 기회들이 많이 생긴다. 그러면 혁신이 강남과 광화문·판교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첫 직장이 무엇이든 마지막 직장은 창업’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창업할 때 대·중소기업에서 배운 것, 같이 일할 만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기술 동향 관심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e is…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국내외 로펌에서 일했다. 2009년 온라인으로 모집한 유사 동선의 출퇴근자들에게 전세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버스 플랫폼 ‘위즈돔’을 창업했다. 현재 SK 계열사, 서울아산병원 등 170여 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스마트버스협동조합 이사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위 위원, 대한교통학회 모빌리티 위원장 등을 지냈다. 올해 2월 2200여 개 회원사를 가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4대 의장에 선출됐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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