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中企 수출 5.9% 늘었지만…내수 부진이 성장 발목

['3고'에 휘청인 중기·소상공인]

재외공관 지원 시스템 구축 힘입어

화장품·반도체장비 등 수출 호조

불황속 자재비도 올라 자금난 허덕

최저임금 인상에 중대법까지 적용

소상공인 창업도 역대 최저치 기록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뉴스1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뉴스1




2024년 연초부터 몰아친 중소기업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 진출’ 이다.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은 물론 소상공인까지 한계에 도달한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각종 정부 지원책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화장품과 반도체장비 등을 앞세운 중소기업 해외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까지 이른바 ‘3고 현상’ 장기화에 내수 시장이 흔들리며 결국 성장에 제한이 걸렸다. 여기에 티몬·위메프 사태와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개막, 연말 비상계엄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우울한 한 해로 마무리 하게 됐다.






올해 초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외교부 차관 출신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글로벌화에 속도를 높였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취임 이후 “국내 중소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한국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필수”라며 현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올해 4월 ‘재외공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 전 세계 17개국 25개 공관을 통해 총 241건의 국내 기업의 현지 애로 사항을 지원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에 올해 3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9% 증가한 284억 7000만 달러(41조5000억 원)로 3분기 중소기업 수출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이 크게 증가한 화장품과 자동차, 반도체제조용장비 등이 3분기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며 중소기업 수출 호조세를 이끌었다.

이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7회 KITA 해외마케팅 종합대전을 찾은 해외 바이어가 K뷰티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이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7회 KITA 해외마케팅 종합대전을 찾은 해외 바이어가 K뷰티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가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은 한 해 이기도 했다. 경기 침체에 더해 원자재 가격, 전기료 인상 등은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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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되면서 한계에 몰린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더욱 부담을 가중 시켰다. 중처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해 중처법 대응에 여력이 없는 소규모 산업현장에서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전국에서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열며 국회에 유예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하반기에는 소상공인들에게 모든 정책이 집중됐다. 중기부는 7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과 이달 5일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강화방안’ 등을 내놓으며 민생안정을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올해 6월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자금난에 심한 고통을 겪었고,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시간당 1만 30원)가 열리며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도 높아졌다. 또 11월 배달플랫폼의 중개수수료와 배달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완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에 내수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생존의 위기에 몰렸던 소상공인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실제 국내 자영업 시장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폐업한 자영업자가 비슷한 업종의 창업을 다시 하는 이른바 ‘회전문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창업 기업 수는 올 3분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소상공인들에게 올해는 혹한의 시기였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 상환연장제도 수혜기업 '즉떡 112'를 다시 방문해 김지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제공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 상환연장제도 수혜기업 '즉떡 112'를 다시 방문해 김지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내년도 전체 세출예산 574조8000억 원 중 75%를 상반기에 배정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다만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밀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내년 경제 시장은 올해 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치열하게 소통해 경기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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