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인의 복무나 계엄, 헌법재판소 등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 수 십건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이라도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군 문화 등 비상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법률을 바꿈으로써 바로잡자는 취지다. 개정이 추진되는 내용 가운데에는 현재 6인 헌법재판소 체제에 따른 법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건·절차를 갖추지 않은 계엄이나 내란 명령으로 판단되는 경우 군인이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을 24일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한규 의원도 위헌·위법적 명령은 군인이 따르지 않도록 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13일 발의했다. 해당 법률 25조는 군인의 명령 복종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위헌·위법적 명령은 예외로 하는 방식이다.
계엄법 개정안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이후에만 51건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계엄 선포에 앞서 국회 동의를 받거나 선포 후 국회 운영·국회의원 활동을 방해할 경우 처벌한다 등이 담겼다. 또 계엄 선포 요건은 전시·사변·무장 폭동 또는 반란으로 국한한다거나 계엄 기간을 10일로 제한(국회 동의 시 연장)하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위법성 계엄을 사전에 막고, 선포되도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군인의 국회 장악 시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 경호에 관한 법’ 제정안도 발의했다. 국회 경호처를 신설해 입법부의 자율·독립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제안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51조 등을 겨냥한 개정 법률안 발의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게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 법률안에는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될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조항에 ‘대통령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재판관 퇴직 후에도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하거나, 선고 기한을 기존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등의 부분도 포함됐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감정, 출석 요구를 거부할 시 처벌을 강화하거나,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정년 도래라도 후임이 없는 경우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외에도 내란 수괴·중요임무조사자에 대해 가석방을 제한 하거나(형법), 내란·외환죄에 대해 압수수색 시 해당 기관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최근 발의됐다.
이처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쏟아지는 제·개정안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계엄 후폭풍이 거센 만큼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충분한 논의 없는 법 제·개정 시도는 자칫 법률적 혼선이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 여야가 법률 개정을 시도하는 건 이미 오래된 현상”이라며 “문구만 조금 바꾼 ‘보여주기’식 유사 개정 법률안이 속출했고, 그나마도 논의조차 없이 폐기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법률 제·개정에 앞서 어떤 체계나 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끓어오르는 국민 감정에만 호응해 제·개정되는 법률 대부분은 체계적으로 맞지 않아 실현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