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페이팔 마피아

2007년 미국 포춘지가 게재한 ‘페이팔 마피아’ 사진2007년 미국 포춘지가 게재한 ‘페이팔 마피아’ 사진






2007년 미국 포춘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토스카 술집에서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들과 초기 임원들을 모아 마피아 드라마 포스터처럼 연출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2002년 페이팔을 매각한 후 각기 활발한 투자와 창업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거물로 커가는 인물들이었다. 포춘지는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포함된 이들 20여 명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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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천재 워커홀릭들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연(職緣·직장 인연)’이 중요하다. 포춘지는 최근 “다양한 ‘테크 마피아’가 등장했지만 페이팔이 그들의 대부”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직연이 바로 페이팔 마피아인 셈이다. 이들은 전화 한 통으로도 서로에게 조언과 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끈끈한 유대를 이어왔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유튜브·링크드인·스페이스X·우버 등 혁신적인 기술 기업들이 탄생했다.

혁신 기업가 집단으로 주목받았던 페이팔 마피아가 요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역할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요직에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페이팔 출신들이 핵심에 포진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가상자산 차르(총책임자)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 켄 하워리는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됐다. 틸은 측근인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짐 오닐을 트럼프 측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등을 돌렸다. 미국 테크 기업과 트럼프 새 행정부의 밀착은 규제 완화를 바라는 산업계와 기술 패권을 지키려는 정부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만한 한국의 ‘테크 마피아’가 탄생할 날을 앞당기려면 규제 완화와 기술 개발 지원을 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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