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 10조엔(약 93조원)을 넘은 기업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총 10조엔 이상인 일본 기업 수는 27일 기준 18개사로 집계됐다. 올해 히타치제작소와 도쿄해상홀딩스 등이 처음 ‘10조엔 클럽’에 진입하면서 지난해 10개사에서 규모가 불었다.
시가총액은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값이다. 닛케이는 “시총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매긴 기업 가치”라며 “이에 시총 상위 기업들은 주로 그 시대의 산업구조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총 1위는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세계 판매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뛰었고, 이는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27일 약 5개월 만에 시총 50조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올 1월 처음으로 10조엔을 돌파했다. 송배전, 디지털 사업의 성장성이 주목받은 덕이다. 내년에는 시총 20조엔 대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도쿄해상홀딩스는 정책보유주식의 해소를 진행해 매각익이 발생한 것이 평가받았다. 정책보유주식은 일본 기업들이 거래 관계 유지나 사업상 제휴를 위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관행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본효율성 향상을 위해 이러한 주식을 줄이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오랜만에 10조엔 클럽에 복귀한 종목도 있다. 닌텐도는 2007년 11월 이후 처음 시총 10조엔을 넘어섰다. 주력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의 후속작 출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덕이다.
다만, 세계 흐름과 비교하면 일본의 10조엔 클럽은 수적으로 열세라는 지적이다. 일본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에 따르면 엔화 환산으로 시총이 10조엔을 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313개사다. 미국 기업이 167개사로 과반을 차지한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중국의 24개사에 이어 3위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크다.
리소나자산운용의 시모데 마모루 수석 전략가는 “일본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시장이 급확대된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이 적다”며 “기존 사업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을 늘리는 게 일본 주식을 재평가하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닛케이지수는 지난 27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약 2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