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연료비 뛰는데 가격인하 압박…시멘트업계 '비상등'

■주요 기업 3분기 실적 줄하락

유연탄 해마다 356만톤 수입

환율 올라 3주새 300억 껑충

건설사는 "값 내려달라" 요구

국내 한 시멘트 공장의 모습. 이덕연 기자국내 한 시멘트 공장의 모습. 이덕연 기자




치솟는 환율에 연료를 주로 수입해 사용하는 시멘트 업계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멘트 제조사는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매년 356만 톤(t) 가량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환율 리스크가 본격화한 가운데 전방 산업인 건설 업계에서 시멘트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최근 환율 급등으로 국내 시멘트 제조사가 유연탄 수입 과정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356만 톤의 유연탄을 사용했다. 유연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비상계엄 선포일인 3일 1달러당 140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7일에는 1480원으로 약 80원 올랐다. 협회 관계자는 “환율 오름폭을 유연탄 단가와 수입량에 대입해 계산하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연간 유연탄 수입 비용이 크게는 300억 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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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연탄 거래 관행 변화로 고환율에 따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시멘트 제조사는 본래 해외에 있는 유연탄 수출 기업과 연단위 선물 계약을 맺고 연료를 수입했다. 연간 물량을 미리 고정된 환율로 수입하는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해외 업체들은 현물 거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한 시멘트 제조사 관계자는 “현물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환율이 올라갈수록 비용 부담도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제조사의 유연탄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멘트 제조사는 시멘트 1톤을 생산할 때 유연탄을 100㎏ 가량 투입한다. 최근 폐플라스틱 등 순환연료 사용률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입 연료의 60% 이상을 유연탄에 의존한다. 순환자원 사용률을 높이려면 1대당 비용이 1000억 원에 달하는 특수 설비를 별도로 도입해야 해 단기간 유연탄 사용률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환율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건설 업계에서는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가 연합해 결성한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올 9월 주요 시멘트 제조사에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내고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올 들어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된 점을 주요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비롯해 수요 침체,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시멘트 업계의 입장이다. 주요 시멘트사 실적은 올 3분기 동반 하락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무리한 가격 인하와 수입 추진으로 국내 시멘트 산업이 무너지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건설 산업 생태계 일원이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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