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불확실성의 시대…‘다정한 리더십’에 위로 받다

'레드헬리콥터''프로텍터십' 등

경제 경영서들 주요 키워드로

적자생존 설파 자기계발서도

따뜻함·배려·친밀함 등 강조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자들이 새해 첫 책을 고르고 있다. /정혜진기자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자들이 새해 첫 책을 고르고 있다. /정혜진기자




새해들어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서적인 위로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의 가치에 주목하는 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치밀한 전략과 적자생존을 강조하던 자기계발서 영역에서 ‘다정함’의 가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 출판계에 따르면 새해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키워드로 ‘다정함’이 부상하고 있다. 정서적인 따뜻함과 배려, 친밀함을 강조하는 다정함은 기존에 사람들을 위로하는 에세이에서 주로 쓰던 키워드였지만 최근에는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사회 서적은 물론 경제·경영서, 리더십, 자기계발서까지 ‘다정함’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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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고든 김민섭 작가는 새해 산문집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어크로스 펴냄)’로 돌아왔다. 강릉에서 살아가면서 대리기사와 작가 일을 병행하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 간의 작은 연대가 가능한 지점들을 이야기한다. 비행기 표 취소 수수료 만원을 받는 대신 같은 영문 이름을 쓰는 김민섭씨를 찾아 여행 기회를 선물하는 등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조금의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과학 서적 중에서는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가 눈길을 끌고 있다. 1938년 독일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후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자 부모들은 아이들을 거둬줄 사람들을 수소문한다. 영국 가디언지에 한 줄에 1실링이라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 아이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찾은 문구는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였다. 자신의 아이를 가장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의 가치로 친절함(Kindness)을 꼽은 것.

/정혜진기자/정혜진기자


다정함이 출판계에서 하나의 흐름이 된 데 큰 기여를 한 책 가운데는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가 쓴 과학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 펴냄)’가 꼽힌다. 2021년 7월 한국에 출간된 이 책은 과학서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소설과 에세이에 탐닉하던 2030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15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 현지에서보다 높은 인기를 누려 저자가 놀라움을 표했을 정도다. 디플롯의 김진형 편집자는 “기존에 ‘적자생존’ ‘혐오’ 등의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다정함’의 가치가 과학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메시지에 크게 반응했다”며 “자기계발쪽으로도 접목이 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친화력이 높은 사람들이 살아남고 리더십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책들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정혜진기자/정혜진기자


치밀하고 전략적인 리더십 일색이었던 경제경영서들 사이로 다정함의 가치를 내세운 리더십 책들도 여럿 눈에 띈다. 다정한 리더십을 내세운 ‘레드 헬리콥터(위즈덤하우스 펴냄)’도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경영자 제임스 리가 흑인 여성 전문 의류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룬 ‘레드 헬리콥터’에서 다정함은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언급된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쓴 경영서 ‘프로텍터십(세이코리아 펴냄)’은 최근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회사와 직원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돼 신뢰를 형성할 때 막대한 생산성 또한 따라온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배려와 다정함을 극대화한 영역은 직원들이 삶에서 마주하는 출산과 육아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사내 출산율은 2.7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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