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카터 前 대통령 국장…'푸른색 넥타이' 맨 트럼프, 오바마와 담소

전현직 대통령 모두 '한자리에'

극한 분열 정치서 이례적 화합

트럼프는 '舊怨' 펜스와 악수도

추도사 나선 바이든 "증오 거부"

고향 돌아간 카터, 부인 옆 안장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에서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운구되는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을 향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대통령과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빌 클린턴(두 번째 줄 왼쪽부터)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 UPI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에서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운구되는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을 향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대통령과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빌 클린턴(두 번째 줄 왼쪽부터)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 UPI연합뉴스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이례적인 화합의 모습이 목격됐다.”



AP통신은 9일(현지 시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이 거행되기 전에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비공개로 만남을 가졌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이 이날 워싱턴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생존한 전·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모임인 이른바 ‘대통령 클럽’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전에 카터를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당선인은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넥타이 대신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행사에서 푸른 정장에 빨간 넥타이라는 그의 상징적인 유니폼을 포기한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8년 12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에 진행된 이날 국가 장례식은 예포 21발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안치돼 있던 관을 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진행된 장례식에서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 생전에 쓴 추도사를 아들들이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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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서 카터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으나 이후 친구가 됐으며 먼데일 전 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 재임 때 부통령을 지냈다. 2006년 타계한 포드 전 대통령은 이날 아들 스티븐 포드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카터와 나는 짧은 기간 라이벌이었으나 이는 오랜 우정으로 이어졌다”면서 “재회를 기대한다. 우리는 서로 할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상원의원으로 카터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를 “카터의 변하지 않는 인격, 인격, 인격 때문”이라고 거론하면서 “카터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직함이나 우리가 가진 권력 이상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장 큰 죄악인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전에 카터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추도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날 국가 장례식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옆에 앉았으며 두 사람이 행사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출생 음모론을 퍼뜨리며 공격했었고 오바마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위협이자 적’이라고 규정했었다. 2020년 대선 결과 인증 문제를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과 구원 관계가 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과 악수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나란히 앉았으나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이 굳은 표정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 후보직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면 트럼프 당선인을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국장 이후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는 보잉 747기를 통해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됐다. 이어 2023년 별세한 부인 로절린 여사 옆에 안장됐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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