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논란인 인공지능(AI) 산업 버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또 한국을 ‘글로벌 AI 3강’으로 올려놓기 위해 “한국이 AI 산업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 정책이 바탕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5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4회 BOK-KCCI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특별 대담을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 대담은 주로 이 총재가 AI와 관련한 질문을 하고 최 회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 역시 이 총재에게 평소 궁금했던 사안을 되묻기도 했다.
이 총재는 우선 ‘AI 버블론’에 대해 최 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실현 시기와 기술적 한계에 대한 AI 산업의 구조적 의구심이 제기돼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비교해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버블이냐 아니냐는 대상에 따라 다르다”며 “산업 측면에서는 버블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늘 ‘오버슈팅’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버블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새로운 유형의 AI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버블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대해 공감하면서 AI 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관해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의 AI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한민국 AI 전략이 돼야 한다”며 “결국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금 있는 기업만으로는 AI 전쟁을 계속해나가기 어렵다며 AI 관련 스타트업 시장을 따로 만들고 육성해서라도 몇 만 개 이상의 AI 스타트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AI 3대 강국으로 가려면 전문인력과 자금 등 ‘자원(리소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향후 7년 내 약 20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70조 원이 필요한 만큼 7년간 1400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단순히 인프라 구축에만 이 정도 들고 교육비 등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이 총재에게 “한국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새로운 투자 방안을 연구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에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이를 위해 제안한 일반 지주회사의 사모펀드(GP) 운영 허용이 논란이 된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끝으로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2등과 차이가 많이 나는 3등은 의미가 없다”며 “리소스를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특혜나 다른 문제에 계속 부딪힐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금융의 AI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최 회장의 질문에 “지불 측면에서 화폐가 통용되는 시기는 곧 끝날 것”이라며 “한은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와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지만 자본자유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에 규제가 있고 감시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주제 발표에서는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과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이 나와 AI 전문인력 수급 불균형과 AI 기반의 성장 지향형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