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와 편리함을 이유로 텀블러 사용이 늘고 있지만, 코팅 손상으로 인한 중금속 노출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종을 분석한 결과, 4개 제품의 외부 표면에서 주요 선진국 기준치(90mg/kg 이하)의 44~884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됐다. 납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더 큰 문제는 텀블러 내부 코팅 손상이다.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 등 대부분 텀블러 내부에는 음료와 재질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는 얇은 보호 코팅층이 있다. 이 층이 마모되거나 긁히면 납·크롬·카드뮴 같은 중금속 용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플라스틱 코팅의 경우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노출 위험이 커진다. 특히 뜨거운 커피나 산성 탄산음료는 코팅 손상을 가속화하고 용출량을 급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코팅이 손상된 텀블러에서는 중금속이나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간 축적되면 신장 기능 저하뿐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코팅 벗겨짐 확인 시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납·크롬·카드뮴 같은 중금속은 신장에서 1차 여과되는데, 반복 섭취 시 신장 세포 손상이 누적된다"며 "특히 뜨거운 음료는 용출 속도를 높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내부가 거칠게 느껴지거나 미세한 긁힘이 생겼을 때, 변색이나 이색 영역이 보일 때, 기름막이나 금속 맛이 날 때, 세척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 때를 코팅 손상 신호로 제시했다. 피해야 할 습관으로는 코팅 손상된 텀블러에 뜨거운 음료 담기, 탄산음료를 자주 담기, 금속 수세미로 세척하기, 내부를 강하게 흔들거나 충격 주기 등을 꼽았다.
생활보건 전문가들은 육안으로 이상이 없어도 6개월~1년 간격 교체를 권장하며, 내부 긁힘이나 변색 발견 시 즉시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내부 코팅은 열·산성 조건에서 쉽게 불안정해진다"며 "텀블러는 생활용품이기 때문에 작은 손상도 무시하면 안 되고, 초기 단계에서 교체해야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금속 검출 기준 강화, 코팅 재질 표기 의무화, 사용 연한 표시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텀블러 안전성 기준은 제조사 자율 관리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텀블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도구지만, 잘못 관리하면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기적인 코팅 상태 확인과 적절한 교체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