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코로나19가 있었던 2022년 이후 3년여 만에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 인하 중단 전망에 최근 채권금리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급등 등의 여파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줄자 국고채 금리가 뛰었고 이에 연동해 회사채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고채 매입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실제로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외신 인터뷰를 기점으로 급등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혹은 방향 전환 여부는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기조 종료로 해석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삭제해 시장금리 인상에 불을 지폈다.
이에 8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 오른 연 3.034%를 기록했다. 1일에는 3.045%로 연고점을 갈아치웠는데 이는 지난해 7월 말(3.046%)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과 한 달 반 전인 10월 중순과 비교하면 무려 0.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현재 기준금리(연 2.50%)와의 격차도 50bp 이상 벌어졌다.
국고채 금리와 연동되는 회사채 금리도 뛰었다. 우량 등급인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8일 전 거래일보다 4bp 뛴 연 3.492%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46bp 수준까지 뛰었다. 이처럼 조달 비용이 급증하자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줄줄이 연기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년물 금리가 3%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회사채발 유동성 경색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권금리 급등으로 한은이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돌기도 했는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한은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고채 단순 매입은 한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를 직접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다. 채권 수요를 늘려 가격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강력한 시장 안정 효과가 있다.
다만 한은은 이번 조치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 제도 변경 등으로 일정 수준의 국고채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입에 나선 것”이라며 시장 안정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