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전시(戰詩)와 평상시의 중간에 해당하는 ‘회색지대 전술(grey zone tactics)’이며,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빅터 차(사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9일(현지 시간) CSIS 북한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분단을 넘어)’에서 중국의 행위에 대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을 겨냥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색지대 전술은 전통적 무력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비(非) 군사적 수단을 통해 상대를 강압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 서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됨에 따라 2001년 한중어업협정을 통해 겹치는 구간을 PMZ로 설정, PMZ에서는 어업 활동 외 시설물 설치와 자원 개발을 금지했다. 차 석좌는 “중국은 2018년 이후 PMZ와 그 주변에 13개의 부표를 일방적으로 배치했다”며 “또 대형 심해 양식장 구조물인 ‘션란(Shen Lan)’ 1·2호를 설치한 것과 대형 구조물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배치한 것은 PMZ 내 영구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 한중어업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0년 이후 중국의 행위를 조사하려는 한국 선박의 노력 135건 중 27건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섬이나 암초 등을) 군사화할 때 사용한 회색지대 전술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한미는 공공 활용 및 분석을 위해 중국 구조물의 좌표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PMZ 협정 일방적 위반에 대한 한국의 주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은 한 국가에 의해 서해 항로가 자의적으로 봉쇄되지 않도록 필요한 억지력과 함께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