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 도중 ‘위서’로 평가받는 ‘환단고기’를 언급하고 야당 정치인 출신의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무리하게 공개 면박을 준 것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야당도 비판 여론에 가세하면서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14일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일제히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발단은 이달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도중 이 대통령이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한 질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에게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 ‘환빠’라고 부른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물었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은 역사서로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위서로 보고 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재야 사학자들의 이야기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역사에 대해 문제의식을 그대로 연구하고 분명한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같은 날 진행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도중에 이 대통령이 외화 불법 반출 수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논란을 샀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책 속에 외화를 끼워 반출하는 수법을 거론하며 “(불법 반출이) 가능하냐, 하지 않느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이 사장은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썼다. 또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라며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들도 보안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책갈피 달러 수법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때 쓰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 이사장과 이 사장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질문 내용도 지엽적인, 꼬투리 드잡이용, 옹졸한 망신 주기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업무보고 전 과정을 생중계하는 만큼 정제된 발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