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여파에 역성장할 전망이다. 부품 원가 상승으로 중국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핵심 부품 수직계열화를 무기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9월 제시됐던 전망치(0.5% 증가)보다 2.6%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수치다. 보고서는 출하량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제조 원가(BoM) 급등을 지목했다.
전체적인 시장 위축에도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로 애플과 동률을 이루며 글로벌 1위를 수성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출하량 성장률을 -2.1%로 시장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너(-3.4%) 등 중국 경쟁사들의 하락 폭보다는 양호한 수치다.
원가 상승의 충격은 저가형 제품 비중이 높은 중국 제조사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200달러 미만 저가형 스마트폰의 자재 비용은 연초 대비 20~30%나 치솟았다. 보고서는 “아너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저가형 모델 생산을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수직 계열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췄다. 반도체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해 부품 수급과 원가 방어에서 중국 업체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라인업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또한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2026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최대 4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스마트폰 제조 원가는 현재보다 8~15% 더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제조사들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카메라 등 일부 부품 사양을 낮추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내년 스마트폰 도매 평균판매단가(AS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9%에서 6.9%로 상향 조정됐다.
양 왕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규모의 경제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삼성과 애플은 향후 몇 분기를 견뎌내기에 가장 유리하다”며 “반면 시장 점유율과 이익 마진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중국 기업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