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소유’의 집착을 넘어 ‘이용’의 미학으로: K-국방 우주가 가야 할 길?[최성환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최성환 한화시스템 전문위원 (전 공군 우주센터장)





과거 우주와 국방은 국가의 전유물이었다. 천문학적인 자본과 수십 년의 인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부만이 이 거대한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의 혁신 속도가 공공을 압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국방 우주 전략의 성패는 첨단 자산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민간의 파격적 혁신 기술을 얼마나 유연하게 ‘채택’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매에서 구독으로 무기체계의 패러다임 전환

방위사업청이 2027년 법 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무기체계 임차·구독 제도’는 국방 경영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대 혁신이 될 것이다. 그동안 무기는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전장 관리 시스템이나 드론, 위성 소프트웨어처럼 기술 진부화 속도가 빨라진 분야에서는 기존의 획득 방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있다. 수년간의 개발을 거쳐 전력화하는 순간 이미 ‘과거의 기술’이 되어버리는 모순 때문이다. 임차·구독 방식은 이 고리를 끊고 국방 예산을 효율화하면서도 전장에서 항상 최신 버전의 전투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군이 지향하는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와 ‘전영역 통합 작전(MDO)’을 실현할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민간의 궤도 진입, 국방 전력의 질적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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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독자적인 정찰위성 배치를 가속화하며 ‘독자적인 눈’을 확보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우주 강국은 군의 자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내 우주기업들은 이미 초소형 군집위성과 AI 분석 기술을 통해 고빈도 관측 데이터를 즉각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의 마중물’이다.우주항공청이 추진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과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공공구매형 모델)’ 제도는 민간 우주 생태계에 숨통을 틔워줄 핵심 열쇠다. 정부가 민간 서비스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 시장을 열어줄 때, 우리 기업들은 단순 제조사를 넘어 자체 위성을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위성 운영자(Operator)’로 비상할 수 있다.



AI·우주·무인기 등 스마트 국방 ‘플랫폼’ 구축

최근 발표된 2026년 국방부 업무보고는 이러한 대전환의 이정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를 위해 전년 대비 21.3% 증액된 8조 8000억 원의 예산은 단순한 장비 구매비가 아니다. 이는 우주, AI, 무인기 기술이 국방의 혈관을 타고 흐르게 만드는 ‘플랫폼 구축’ 비용이다. 우주 영역을 지상·해상·공중과 대등한 주력 전장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2040년 군 구조 설계의 정점을 찍겠다는 의지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오는 2027년까지 예정된 법적·제도적 정비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개선이 아니다. 우리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내 우주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성장을 견인하는 디딤돌이 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5대 우주 강국’과 ‘4대 방산 강국’이라는 목표에 닿을 수 있다. 이제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용’의 미학을 선택하는 결단, 그것이 바로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리가 완성해야 할 K-국방 우주의 최종 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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