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엡스타인 문건 열자 클린턴 사진 쏟아졌다 "트럼프 여론 회피용"

미 법무부 故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

클린턴 "여론 관심 돌리려는 정치술수"

빌 클린턴(왼쪽)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빌 클린턴(왼쪽)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와 관련된 방대한 문건을 1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공개 자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드러나지 않은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성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클린턴 측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의도적인 술수라고 반발했다.



미 연방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엡스타인 수사 문건 공개를 개시했다. 이번 조치는 올 11월 상·하원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은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관련 기록을 3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날이 공개 시한이었다.

공개된 자료에는 연방수사국(FBI)이 과거 엡스타인을 수사하며 확보한 사진과 증거, 피해자 약 1200명에 대한 수사 기록, 엡스타인의 자살 경위와 관련된 문서 등이 포함됐다. 엡스타인의 마사지사 명단 254명도 이름을 가린 채 공개됐다. 법무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일부 자료는 향후 몇 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 로이터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이번 공개에서 눈길을 끈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들이다. 사진 속에서 클린턴은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성범죄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신원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앉아 있는 모습, 한 여성과 욕조에 함께 있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온수 욕조 사진 속 얼굴이 가려진 인물이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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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맥개빅 법무부 대변인은 해당 사진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게시하며 “얼굴을 가린 검은색 상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후 백악관 공보라인 인사들 역시 해당 사진들을 잇따라 공유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엡스타인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나 문서는 이번 공개 자료에서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클린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클린턴 측 앤젤 우레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20년도 넘은 흐릿한 사진을 공개하며 이 사안을 빌 클린턴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에게 쏠린 비판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미국 가수 고(故) 마이클잭슨(왼쪽)과 빌 클린턴(가운데)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미국 가수 고(故) 마이클잭슨(왼쪽)과 빌 클린턴(가운데)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문건 공개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심하게 가려진 일부 문서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모든 파일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 제정을 주도한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 역시 “이번 공개는 법의 취지와 세부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로,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수감 중 사망했다. 이후 엡스타인이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리스트’의 존재 여부, 사망 원인을 둘러싼 타살 의혹 등 각종 음모론이 이어져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했기에 성범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자신은 아무 연관성이 없으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엡스타인을 둘러싼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공개된 자료가 특정 인물에 편중돼 있다는 논란과 함께 정치적 파장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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