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횡보하던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4100선을 회복하면서 연말 ‘산타랠리’ 훈풍이 불어오는 분위기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로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완화된 데다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38포인트(2.12%) 오른 4105.9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4100선을 웃돈 것은 12일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코스닥도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13.87포인트(1.52%) 오른 929.14로 거래를 마쳤다.
이번 반등을 이끈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2조 6687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1078억 원, 1조 603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의 차익 실현과 대비되는 수급 흐름이다. AI 거품론에 4000선 부근에서 횡보하던 코스피가 다시 4100선을 돌파하면서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산타랠리는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이듬해 1월 첫 2거래일 동안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2010년 이후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코스피는 53.3% 확률로 평균 0.3% 상승했다. 크리스마스 이후 40거래일까지 수익률은 평균 1.7%, 상승 확률은 66.7%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95% 오른 11만 500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으로 ‘11만 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6.03% 상승한 58만 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77%), SK스퀘어(8.43%), 고려아연(5.57%) 등도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해당 기업에 4000억 원을 투자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형성됐다. 19일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 이후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고, 오라클이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기술주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됐다. 여기에 스페이스X 상장 추진 소식이 우주 관련 테마주로 신규 수급을 유입시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을 뒷받침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 매수세가 되돌아온 점을 감안하면 산타랠리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내년 국내외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양호하고,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대한 기대도 증시 여건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의 가격 복원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 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AI·반도체 투자 심리 개선, 배당주 수요,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이 지수의 회복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환율과 반도체 업종이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면 전고점 수준까지는 가격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26일 배당 기준일을 앞두고 배당주 수요가 유입될 수 있지만 연말 배당락 영향으로 미국 증시에 비해 산타랠리 강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8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 역시 부담 요인이다. AI 산업의 수익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수급이 얇아지는 구간에서는 비교적 적은 매도 물량만으로도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