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고령의 주택 소유주가 집을 팔고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소득이 낮고 집만 보유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주택을 팔고 외곽으로 이동하도록 정책을 펴야 해요. 그래야 20·30대의 신규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고 집값도 안정되고 도시 경제에 활력이 생길 것입니다.”
오랜 시간 서울시 주택 정책 연구와 시행에 관여해 온 전문가 A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그림이 있다. 챗GPT가 예상한 ‘2050년 서울’의 모습이다. 이 그림 속 한강 변을 낀 신축 아파트는 노인과 반려동물로만 가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청년들은 서울 바깥으로 밀려나고 희망을 잃어 결혼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출생률이 낮아지고 도시에는 노인만 남는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올해 연이어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거래만 줄어들 뿐 매매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재개발·재건축 전부터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60대 이상은 ‘서울 아파트 불패’ 인식 때문에 집을 팔지 않는다. 보유하고만 있으면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양도세도 줄어드니 이익이다. 국가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전체 아파트의 45.5%를 6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 40·50대(45.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보유 비중은 전체의 9.1%에 그쳤다.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까지 막힌 청년들은 서울을 넘어 한국에서 살기를 포기한다. 30대 중반의 대기업 법무팀 변호사 B 씨는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청년층의 마지막 복수는 이민”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전문가 A 씨의 말대로 지금이라도 고령층의 서울 주택 매도 유인을 늘려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장기 주택 보유 세금 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등의 방식이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나오게 하는 제도적 개편이 없다면 챗GPT가 예측한 서울의 미래는 곧 마주할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