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한 채 가격이면 지방 소형 아파트 수백 채를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성재’ 단지 전용면적 32㎡로, 지난 11일 1100만 원에 매매됐다.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 주택도 1400만~1800만 원 선에서 잇따라 거래가 성사됐다.
반면, 전국 최고가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신현대 8차였다. 전용 152㎡ 규모의 이 주택은 이달 11일 85억 원에 손바뀜됐다. 단순 계산하면 압구정 신현대 8차 한 채 가격으로 칠곡의 저가 아파트를 최대 773채까지 매입할 수 있는 셈이다.
지방 대도시의 고가 아파트 역시 서울 핵심지와의 격차는 컸다.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대우월드마크센텀 전용 135㎡는 21억 원,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전용 103㎡는 20억 9000만 원에 각각 거래됐다. 지역 내 최고가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압구정 아파트 가격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가격 격차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집계됐다. 이는 ‘영끌’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2020년 8월의 종전 최고치(43.2%)를 넘어선 수치다.
반면, 비수도권 주택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는 고점 대비 26.6%, 부산은 18.0% 하락하는 등 주요 광역시 아파트 가격이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서울과 지방 간 자산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나타난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지목했다. 세 부담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울 핵심 지역의 우량 주택으로 수요가 집중됐고,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은은 비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지역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격차는 통계상으로도 매달 확대되는 흐름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2.7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23년 5월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역은 10·15 대책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제한됐지만 거래량이 줄었을 뿐 가격은 유지되고 있다”며 “지방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