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불가리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일부 피의자 공소시효가 임박해지면서 시간이 촉박해진 경찰은 핵심 물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접견조사가 무산되면서 진술 증거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 서울 서초구 소재 불가리코리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을 통해 2018년 전후 통일교 측의 제품 구입내역 등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는 전 전 장관이 받은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명품 시계 브랜드다. 전 전 장관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구속 수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접견 조사했다. 경찰은 통일교 천정궁 등 10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해 확보한 각종 기록들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총재에게 전 전 장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인사가 다수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일명 ‘TM 특별보고’ 문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 수사를 촉발하게 된 핵심 인물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추가 조사는 불발됐다. 윤 전 본부장 측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사가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정치권 접촉 정황을 모두 알고 있는 ‘키맨’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확보돼야만 금품 전달 시점과 방식, 대가성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추가 접견 조사가 무산되면서 경찰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윤 전 본부장은 경찰이 통일교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수사력을 집중하는 데다, 정치권에서도 특검이 논의되며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돌연 진술을 바꾼 상태다. 향후 윤 전 본부장이 침묵을 이어가거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연말까지 유의미한 수사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경찰은 전 전 장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해선 피의자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