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337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하며 개관 이래 최다 방문객 수를 경신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데다 관람 경험을 ‘인증샷’으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미술 관람은 문화 소비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미술관·갤러리들이 공개한 2026년 전시 계획을 보면 올해 못지 않은 블록버스터 전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내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들을 미리 살펴봤다.
먼저 글로벌 미술계를 이끄는 스타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가 눈길을 끈다. 미술 애호가는 물론 전시 관람이 아직 낯선 초보자들도 흥미를 가질 만한 라인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현대미술의 이단아’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을 서울관에서 연다. 포름알데히드에 상어의 사체를 담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 8601개 다이아몬드로 뒤덮은 백금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와 같은 작업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작가다.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허스트의 회고전이 올해 53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론 뮤익’의 인기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움미술관은 기록되지 않은 채 휘발되는 퍼포먼스 아트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국 출신 작가 티노 세갈의 개인전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리움미술관 M2에서 내년 2월 개막하는 전시는 25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종합하는 신작을 포함하는 동시에 리움 소장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장소특정적 라이브 아트로 구성된다. 그의 작품은 훈련된 ‘해석자’들이 관객과 즉흥적으로 대화하고 노래하며 만들어내는 ‘연출된 상황’ 그 자체다. 조용히 작품을 눈으로만 봤던 관람객들에게는 이색 전시로 기억될 전망이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 회화의 라이징 스타 조나스 우드의 아시아 첫 기획전을 연다. 선명한 색채와 패턴의 일상 풍경화로 컬렉터 사이에 인기가 높은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20여 년 작업 세계를 망라하는 80여 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또 국제갤러리는 고전 형식미의 극치와 금기를 넘나들며 20세기 예술 검열 논쟁의 중심에 섰던 미국의 사진 거장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국내 두 번째 전시를 6월 삼청동 한옥 공간에서 선보인다. 연말에는 언어를 이용한 개념미술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제니 홀저의 개인전도 열린다.
한국 대표 작가들의 굵직한 회고전과 개인전도 줄을 잇는다. 미술사에 영향을 미쳤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거장’을 재조명하는 기획전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추상의 거장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을 마련했다. 5월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 시리즈의 첫 프로젝트로 미공개작을 포함해 작가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조명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서울관에서 설치미술 거장 서도호의 핵심 주제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한편 덕수궁관에서 ‘한국적 표현주의 화가’로 불리는 이대원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는 회고전을 연다.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흐름을 정립한 박석원과 ‘빛의 화가’로 불린 재불화가 방혜자의 회고전도 과천관과 청주관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호암미술관은 3월 한국 여성 조각 1세대를 대표하는 김윤신의 70여 년에 걸친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했다. 호암미술관의 첫 한국 여성 작가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합이합일 분이분일’로 대표되는 나무 조각들을 비롯해 김윤신 예술 세계의 본질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판화와 회화도 만날 수 있다. 또 리움미술관은 9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대표했던 구정아의 개인전을 대규모로 개최한다.
이밖에 아라리오갤러리는 2월 한국 현대 사진사 및 여성 미술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기고 올해 별세한 사진 작가 박영숙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그의 예술 인생을 되돌아본다. 국제갤러리는 9월 작고 3주기를 맞은 박서보의 대규모 개인전을 삼청동 갤러리 전관에서 펼쳐낼 계획이다.






